어릴 때는 깍두기, 총각무김치, 배추김치, 파김치가 고루 올라오는 밥상이 참 꼴보기도 싫었는데.
흔하디 흔한 소세지며, 음료수며 라면이며.. 잘 안사주시던 엄마가 외출하신 틈을 타
용돈 300원으로 몰래 사먹는 라면이 그렇게도 맛있었는데.
요즘 매일 반복되는 불량음식, 안전하지 않은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면
그 때 엄마의 정성스런 먹거리들과 김치가 사뭇 그립다.
지금처럼 곁에서 가까이 계시지 않아도 멀리 계실 땐 더더욱.
서로 다른 입맛을 가진 남녀가 만나서, 같은 식성을 가지는 것도 큰 복이라는데,
나와 진군은 꼭 한 집에서 자란 것 같이 식성이 닮았다.
딱 두 가지 달랐던 건
배고프거나 커피를 먹고 싶을 때 먹지 못하면 컨디션이 급 다운되는 나와 달리.
어느 상황에서나 여유롭고, 커피는 입에 대지 않던 진군의 습성.
그런데. 그것도 3년 가까이 살다보니.
같이 원두향에 미치고.
배고프면 함께 으르렁 거린다 - 이건 쫌 ㅡㅡ+ -
어쨌든 둘 다 해산물 엄청 좋아하고.
진하고 독한 양념맛보다는 좋은 재료 자체의 맛 을 즐기고,
토속적인 음식도 엄청 좋아하지만 퓨전음식도 좋아하고
김치는 말할 것도 없고
그런데 김치는 고춧가루와 젓갈이 진하게 들어간 남도식 김치보다.
시원한 스타일의 김치를 선호한다는~
친정엄마도, 시엄니도 둘다 충청도 태생이셔서
물김치, 동치미김치를 특히 잘 담구시고.
두분 다 손맛이 좋으셔서 희안하게도 나 어릴 때 먹던 김치맛과 시엄니의 김치맛이 닮아있다.
시중에서 판매되는 김치, 정말 100% 국산 재료만 들어가있다고 표기된 김치는.
김치찌게도 맘껏 끓여먹을 수 없을 만큼 비싸고.
오픈 마켓등에서 싸게 파는 김치들은.
차마 방송장면을 정면으로 보지 못할만큼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
저급산 다진 양념, 고춧가루를 쓴다니.
올해는 특히 젊은 주부들도 만들어 먹겠다는 생각과
김치를 배워야겠단 생각을 많이 하게되는 거 같다.
일전에 인사동 전통음식문화연구소에서 열렸던 김치클래스에서도.
그런 주부들의 마음이 많이 동했던 것 같고.
나 역시 김치담구는 법을 제대로 숙지해서.
엄니께서 늘 대주시는 김치대신 우리집표를 만들어 보려는 야심찬 계획이 있었으나.
어머님이 한꺼번에 주문해놓으신 절인배추가
예상치 않게 빨리, 평일에 도착하는 바람에
그 때 내게 너무 많은 일들이 몰려있던 바람에.
염치없이 올해도 엄니가 담구신 김치를 얻어먹게 되었다.;;;
다만, 오래된 김치냉장고 성능이 다소 떨어지고 하고.
보관 용량도 좀 모자르기 때문에
엄니 김치도 상당수 우리집으로 가져와서 보관하고 있다는.
덕분에 처음 설치했을 땐 거의 텅텅 비었던 김치냉장고가
야채통 한 통과 게장, 새우장을 보관한 한 통 빼고
모두 김치로 채워졌다.
나도 김치가 가득있으면 괜히 배부르고 든든한 한국인이며 아줌마인지라.
마음이 편안하고.
갑자기 들이닥친 겨울도 무섭지 않다.
겨울내내 김치찌게와 청국장만 있어도 한 계절을 맛있게 날 수 있으니까 ^^
가끔은 오븐에 고구마도 구워서 동치미랑 먹고.
내가 좋아하는 동치미 국수도 하고 .^^
맛있는 김치의 조건은 기본적으로 재료의 솜씨가 40%이고
담구는 사람의 솜씨가 30%이고
보관의 솜씨가 30%쯤 되는데,
배추를 잘 고르고
( 배춧잎에 검은점이 있는 것은 피하고, 줄기 흰 부분을 눌렀을 때 단단한 것, 겉잎을 다 떼어내지 않고 붙어 잇는 것
쪼개보았을 때 줄기 두께가 얇으면서도 질기지 않은 것)
소금을 잘 고르고
(요즘은 천일염 염전에서 직접 직거래를 하는 블로그와 사이트가 좀 있으므로
작년에 어머님이 아마도 속아서 중국산 소금을 사신 듯 한데, 정말.. 김장 김치가 전부 물러졌었다, )
젓갈도 잘 고르고
(소래포구 등에도 이미 중국산 점유율이 엄청나다니까. 생산자 직거래가 이것도 좋고,
눈으로 보기엔 덜 깨끗하고 때깔이 좀 떨어지는 새우젓이 국산일 확률이 많다고, 먹어보면 맛도 좋고 ^^ )
고춧 가루 등등 안전하고 좋은 재료를 확보하면 맛있는 김치는 어느정도 확보한 셈이고,
사는 지역에 따라 선호하는 입맛이 다르지만, 담구는 사람의 솜씨까지 더해서 70%의 김치가 완성되었다면.
얼마나 맛있게 담궈진 김치의 맛이 잘~~ 유지되고 보관되는냐에 따라 100%가 완성된다.
어릴 땐 이렇게 첫눈이 오기 전에..
엄마가 철물점에서 큰 비닐을 사오면.
아빠가 마당을 파서 장독을 진짜 묻어주셨는데.
요즘은 모두 아파트 생활을 하니까..
그 역할을 해주는건 김치냉장고, 지금 내가 쓰는 것의 땅속익힘모드가 결국은 장독을 묻는 효과인셈 :)
그런면에서..
올해는 너무 뿌듯한게.
같은 날 담군 김치를 리듬 익힘, 땅속 익힘 등 칸 별로 숙성정도를 결정할 수 있고,
정말 침이 살짝 감돌 정도로 잘 익은 상태에서
맛지킴을 눌러놓으면 변함없는 김치맛이 유지된다.
김치클래스에서 담궜던 김치도 처음 리듬익힘 6일에 설정해놓았다가.
꺼내었을 때 그 익힘 정도가 딱 적당.
근데 그 때 그 김치는 간이 좀 쎄더라 ㅠ.ㅠ
요건 시엄니께서 담궈주신 김치.
작년엔 텃밭에서 직접 가꾸신 배추를 욕조를 깨끗하게 씻어서 절임 작업을 했는데.
평소엔 하나로 마트 절임배추 를 많이 이용하시고
이번엔 아파트 부녀회에서 예약해두신 절임배추를 이용하셨다고,
딱 우리가 좋아하는 간에.
너무너무 시원하게 담궈진 김치 :)
역시 엄니의 손맛이 최고 :)
두 통은 살짝 익혀서 넣었고,
나머진 좀 오래두고 거의 안익혀서..
![](http://cfs11.blog.daum.net/image/8/blog/2008/11/22/02/01/4926e970e9945&filename=7.jpg)
그 중 포옥 잘 익혀서 넣은 동치미가.
단연 최고이다.
겨울에 요거 한 대접이면.
밥도 퍽퍽한 고구마도 싸악 넘어가는~~ 동치미인데,
이 녀석만 보면 기분이 저절로 좋아진다 :)
김치를 왜 저렇게 종류별로 담궈먹을까 의아해 했던 꼬마도.
어른되고 아줌마 되니 별 수 없다..ㅡㅡ+
든든하고 좋은 걸 어쩌리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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